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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서 이야기

변방의 즐거움(최영철, 2014, 산지니)

"생의 중요한 두 국면은 태어나고 죽는 것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자기 생의 절정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지만 태어나고 죽은 순간이 절정에는 미치지 못한다. 정점은 그래서 과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처음과 끝에 있다. 삶의 과정은 그것을 보상받으려는 행위이고 죽음 이후는 그것을 담아두거나 변호하려는 후반 작업이다. 그 일은 대체로 무의미하다.

큰 일일수록 자력으로 되는게 별로 없다. 이런저런 성취와 패배가 왔을 때 우리는 잠시 어깨를 으쓱하거나 스스로를 책망하지만 그것이 정밀하게 짜인 시나리오의 일부처럼 여겨질 때도 있다. 길을 가고 있을 때는 길이 보이지 않는 법이다.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비로소 길이 보인다. 어느 즈음에 무서운 날강도가 잠복해 있었다. 그것들이 나에게 호의를 가지거나 악의를 가진게 아니라는 것도 알게된다."(p.53)

 

"시인인 당면한 고통은 이처럼 고통에 대한 애착에서 비롯된다....고통을 의식하는 자신을 의식해야 하는 고통은 환부를 스스로 도려내는 환부에 견줄만하다. 시인뿐 아니라 모든 예술가가 가진 형벌이 바로 이것이다." (p.34)

 

창작의 고통을 외면하고 표절하는 것은 이미 예술가임을 포기하는 것이다.

요즈음 어느 소설가가 표절 시비에 휘말려 있다는 기사를 읽고 씁쓸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