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 화약고 남중국해…中 독식시도에 越·比 강력 반발
日의 조어도 국유화 계획에 中 "절대 용납 못 한다"
<※편집자주 = 동아시아 해역에서 긴장의 파고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중국이 급속 성장한 국력을 바탕으로 남중국해로 팽창해가고 그에 맞서 필리핀·베트남 등이 미국을 등에 업고 중국에 강수로 대응하고 있다. 아울러 동중국해에서는 미국과 힘을 합친 일본의 중국 견제로 중일 양국이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이에 연합뉴스는 동아시아의 `뜨거운 바다'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의 영유권 분쟁의 역사와 배경, 원인 등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4건의 특집 기사로 정리했다.>
아시아의 동중국해와 남중국해가 끓고 있다.
분쟁이 상시화한 탓이다. 군사훈련이 수시로 이뤄지고 각국의 해양 감시선이 실효 지배 중인 자국 영역을 철통같이 지키는 형국이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간에 특정국 선박이 상대국의 주권 영역에 들어가면 즉시 나포로 이어진다.
자칫 무력분쟁으로 이어질 뻔했던 중국과 필리핀의 남중국해 스카보러 섬(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해상대치, 그리고 중국과 일본 간에 1년에 가까운 갈등을 가져왔던 2010년 조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尖閣>) 부근 일본 순시선의 중국 어선 나포 사건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남중국해는 국제수송로로서 전략적인 거점이자 석유를 비롯한 천연자원이 대량 매장된 곳이다. 주요 섬인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南沙群島>·베트남명 쯔엉사군도)와 파라셀 제도(중국명 시사군도<西沙群島>·베트남명 호앙사군도)를 두고 서로 차지하려는 다툼이 핵심이다.
동중국해는 일본이 조어도를 실효 지배 중인 가운데 중국이 호시탐탐 지배권 확보를 위한 갈등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격전지'다. 중국은 조어도를 국제적인 분쟁지역으로 인식시켜 차후 '역전'할 기회를 노린다면 일본은 어떻게 해서든 주권 굳히기를 하겠다는 심산이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필리핀·베트남이 분쟁의 최전선에 있고 동중국해에서는 중국과 일본이 으르렁대고 있다. 여기에 보이지 않는 또다른 주연이 미국이다.
특히 남중국해는 대폭발을 가져올 수도 있는 화약고로 변모해가는 모습이다. 중국은 물론 필리핀, 베트남,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등의 주변국이 스프래틀리와 파라셀 등을 분점한 가운데 경쟁적으로 자원 개발에 나서고 합종연횡해 무력행사를 하면서 상대세력 제거에 혈안이 돼 있다.
그런 분쟁의 한 가운데에 중국이 자리 잡고 있다.
개혁개방 30년 기간에 이룬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미국과 어깨를 맞대는 G2(주요 2개국)로 부상한 중국이 맹주를 자처하면서 남중국해를 '독식'하려는 야욕을 본격화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은 국제사회에 팽배한 '중국 위협론'을 의식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대화와 타협으로 풀겠다고 외쳐대지만 실제로는 '돈과 대포'를 들이대며 이해당사국들의 굴복을 종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중국은 2009년부터 남중국해를 티베트, 대만에 이은 자국의 핵심이익이라고 주장한다. 2010년 미국에도 핵심이익인 남중국해를 넘보지 말라며 '일전불사' 의지를 비치고 대판 싸웠다가 결국 손을 들었다. 그러나 중국은 세계 경제위기를 틈타 다시 남중국해 세력확장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 <그래픽> 동아시아 주요 영토분쟁 지역
- (서울=연합뉴스) 김토일 기자 = 중국이 급속 성장한 국력을 바탕으로 동아시아 해역으로 팽창하면서 주변국들과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kmtoil@yna.co.kr @yonhap_graphics(트위터)
스카보러 섬은 중국 본토에서 1천200여㎞가 떨어진 반면 300㎞ 안쪽에 적용되는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들지만, 중국은 명백한 자국 땅이라며 지난 5∼6월에 두 달간 필리핀과 해상에서 대치했다.
물론 필리핀은 안방을 침범당했다며 거세게 맞섰고 지금은 '휴전' 상태다.
스프래틀리와 파라셀 지배권이 엮여 있는 탓에 중국은 베트남과도 여차하면 제2의 스카보러섬 대치 사태를 치를 태세다.
남중국해 이해당사국들이 모두 포함된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중국, 그리고 미국 간에 남중국해 분쟁을 '억제'할 남해각방선언의 '행동수칙(Code of conduct)' 마련이 논의되는 까닭도 이런 대치, 나아가 무력충돌을 피하려는 것이다.
조어도 분쟁은 복잡한 '이력'을 갖고 있다. 지리적으로 대만과 거의 맞닿아 있고 역사적으로도 중국의 영향권에 있었음직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이라는 굴곡진 역정을 거치면서 미국을 배경으로 일본의 손에 넘어갔다. 그런 탓에 중국과 일본은 서로 물러설 수 없는 다툼을 벌여오고 있다.
올해 들어 극우 인사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東京) 도지사가 조어도 매입 모금 운동을 벌인 데 이어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아예 국유화하겠다고 나서 중일 관계가 들끓고 있다.
중국의 야욕도 문제지만 일본 내 분위기가 침략의 과거를 잊은 채 재무장을 주장하고 빠르게 '우경화'하는 탓에 조어도를 둘러싼 중일 양국의 갈등은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이 두 차례 핵실험을 거쳐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등장하면서 원자력 강국인 일본에서 핵무장 주장까지 나오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지만 미국은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에 팔짱만 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세력이 커진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으로 일본의 우경화를 용인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말로는 분쟁에 불개입한다지만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를 축으로 중국 봉쇄에 나섰다는 게 중국의 주장이다. 미국이 호주 북부에 미군기지 설치, 싱가포르에 해군 전투함 배치, 필리핀·베트남 등에 대한 군사적 지원, 일본·인도와 3각 안보동맹, 거기에 일본의 재무장과 한국·미국·일본의 군사 협력체제 추진이 바로 그 증거라는 얘기다.
이런 갈등과 대립 속에 한국·중국·일본의 이해가 맞물린 동중국해 대륙붕 문제도 휘말려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10배에 가까운 천연가스와 석유를 매장한 것으로 알려진 이곳에 중국과 일본은 한 치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팽창하는 중국, 우경화한 일본, 그리고 아시아·태평양 국가를 선언하고 본격적인 대중(對中) 봉쇄에 나선 미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갈등의 파고는 이처럼 갈수록 높아져만 간다. 이 시점에서 한국의 균형있는 외교가 절실함은 물론이다.
<동아시아 영토분쟁> ②남중국해 `화약고' 되나
- 필리핀 난사군도의 파가사섬 전경(AP=연합뉴스, 자료사진)
中 팽창에 아세안 국가들 美 업고 공동 대응
영유권 주장 근거도 제각각
남중국해가 최근 영토분쟁의 격랑이 이는 동아시아 해역에서 최대 `화약고'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해역은 산호초와 모래톱 등으로 이뤄진 척박한 땅임에도 천문학적인 규모의 석유·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분쟁 당사국들이 한 치의 양보 없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석유 매장량이 최대 300억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 중국을 제외한 베트남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등 5개국은 남중국해에서 1천380개의 유정을 뚫어 매년 5천만t의 석유를 생산할 만큼 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중국은 최근 남중국해 분쟁 도서의 행정조직을 통합, 격상하고 해상감시선 편대를 파견하는 등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이들 지역의 주권을 본격적으로 행사하고 나섰다.
이에 맞서 군사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필리핀과 베트남은 아시아·태평양 진출을 꾀하는 미국을 끌어들여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아울러 10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을 활용, 강력한 구속력을 지닌 `행동수칙안'을 확정해 중국과 협상을 추진하는 등 중국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 스프래틀리 제도 = 남중국해의 핵심적인 영유권 분쟁지역으로 꼽히는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南沙群島>, 베트남명 쯔엉사군도)는 약 100개의 무인도와 환초, 모래톱으로 이뤄졌다. 대부분 산호초 섬으로 이뤄진 스프래틀리 제도는 높이가 3∼4m에 불과한 9개 섬으로, 가장 큰 것이 면적 0.4㎢인 북쪽의 타이핑다오(太平島)다.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전략적인 요충지인 스프래틀리 제도는 1930년대 프랑스령으로 남아 있었으나 2차 대전 당시 일본령으로 편입됐다. 종전과 함께 중국에 반환됐으나 1970년대 들어서는 남베트남(월남)의 영토가 됐다. 이어 1983년에는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이 각기 영유권을 주장하며 군대를 주둔시키는 등 복잡한 분쟁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이 곳을 둘러싼 분쟁과 긴장 상황은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다.
베트남은 특히 지난달 중순 수호이-27 전투기 2대를 동원, 이 지역에서 초계비행을 해 중국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중국 정부 역시 이 곳에 해양감시선 편대를 파견했다가 주변국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필리핀 정부는 지난 1978년 파가사 섬에 지방 행정조직을 설치한 데 이어 현지 주민들에게 식량과 식수, 전기 등을 지원하는 등 냉정한 태도로 대응하고 있다. 필리핀은 현지에 군과 경찰, 해안경비대 병력 20여명을 배치하고 있으며, 최근엔 초등학교까지 설립하며 실효지배를 강화하고 있다.
베트남, 영토분쟁 난사군도에 승려 보낸다
이 지역에 자국민을 보내 실효적 지배권을 강화하려는 속셈으로 풀이된다.
BBC방송은 13일 베트남 정부가 난사군도에 1975년까지 자국 승려가 살았던 대형사찰 3곳을 수리해 승려 6명을 보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재건 작업은 남부 카인호아성 정부가 담당한다.
승려들은 이들 사원에서 6개월 단위로 근무하게 되고, 사원관리와 법회를 진행한다. 하지만 방송은 군사, 산업시설 외에 주민들이 없어 형식적인 법회가 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번에 파견된 승려 중 한 명은 "1988년 난사군도 해역에서 중국과의 충돌로 숨진 베트남 선원 3명을 추도하는 행사에 참여했다가 자발적으로 사찰에 가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난사군도에서 중국과의 충돌에서 희생된 모든 베트남인들을 추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난사군도는 700여개의 작은 섬으로 이뤄진 군도로, 주변 해역에서 1970년대 이후 석유와 천연가스 등 풍부한 자원이 발견되자 중국, 베트남, 대만, 필리핀 등 주변국들 사이에서 영토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베트남 정부의 난사군도 승려 파견 소식에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 류웨이민 대변인은 13일 "베트남은 상황을 악화시키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라며 "(2002년 11월 중국과 아세안 국가 사이에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합의한) 남중국해 행동지침선언을 철저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 파라셀 제도 = 중국과 베트남이 최근 치열한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파라셀 제도(중국명 시사군도<西沙群島>, 베트남명 호앙사군도)도 수많은 산호초로 이뤄진 섬들이다.
지난 20세기초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의 일부였던 파라셀 제도는 프랑스군의 철수 이후 남베트남 영토로 편입됐다. 그러나 중국이 지난 1974년 대형 함정들을 동원, 베트남 측과 치열한 교전 끝에 이 곳을 장악했다. 당시 해전에는 중국 전투기들이 동원되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중국 초계정이 베트남 어선에 총격을 가하는 사건이 발생했으며, 지난달 어선이 실종되는 사고도 이어졌다. 중국은 파라셀 제도의 가장 큰 섬인 영흥도에 2천500m 길이의 활주로를 건설하는 등 이곳에 대한 실효지배를 과시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에는 파라셀 제도의 일부 섬까지 유람선을 띄워 베트남 정부의 강력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중국 국가여유국 관계자는 당시 선전위성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시사군도 관광지 개발은 중국의 방위와 주권 수호를 위한 것"이라며 시사군도에 대한 관광지 개발 방침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 스카보러 섬 = 중국과 필리핀의 최근 대치로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렸던 스카보러 섬(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은 돌과 산호초, 작은 섬으로 구성된 불모지로 전체 면적은 약 150㎢에 불과하다.
분쟁당사국인 필리핀, 중국과는 각각 230㎞와 1천200㎞가량 떨어져 있다. 통상 경제주권이 인정되는 배타적경제수역(EEZ) 200해리(320㎞)를 감안할 경우 필리핀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는 곳이다. 필리핀 정부는 이를 감안해 유엔 해양법재판소에 국제 중재를 시도했고, 중국은 자국에 불리한 결정을 우려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국은 최근 필리핀 정부의 거센 항의에도 불구하고 최근 부근 해역에 `휴어기'를 선포하는 등 주권을 적극 행사하고 있다. 이에 앞서 중국은 지난해 3월 해군 함정을 동원, 스카보러 섬 탐사에 나선 필리핀 선박의 진출을 차단하기도 했다.
필리핀은 지난 2009년 3월 영해기선법 개정을 통해 스카보러 섬을 자국령으로 편입하는 등 국제법에 따른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특히 중국의 휴어기 선포에 맞서 조업금지령을 선포하는 등 이 곳의 영유권 주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남중국해 분쟁 당사국들은 각기 다양한 이유를 들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이들 도서의 역사적 점유사실을 근거로 주권행사에 나서고 있고 필리핀과 베트남 등은 국제법상 경제주권이 인정되는 배타적경제수역(EEZ)이라는 이유를 들어 이 곳의 영유권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이들 도서의 고유한 주권을 협상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스카보러 섬의 경우 원나라 때인 1279년 자국 영토였다는 사실을 들어 필리핀을 압박하고 있다.
스카보러 섬을 처음 발견한 것이 중국인 만큼 법적 권리를 갖는 것은 당연하며, 따라서 자국의 고유영토를 국제중재의 대상으로 삼아 협상할 수 없다는 논리다.
중국은 또 2차대전 당시인 지난 1943년 전후처리를 협의하기 위한 카이로회의에서 중화민국과 영국, 미국이 일본 점령하에 있던 남태평양 도서들을 중화민국에 반환하기로 한 합의를 분쟁도서의 영유권 주장 근거로 제시한다.
하지만 필리핀과 베트남 등 분쟁 당사국들은 국제법상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황당한 주장'이라며 중국을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모든 분쟁을 유엔해양법협약(UNCLOS) 등 국제법을 기초로 해결해야 한다며 중국에 맞서고 있다.
◇ 아세안, 행동수칙안 확정…中 압박 =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창설 멤버인 필리핀과 베트남 정부는 아세안 조직을 최대한 활용,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아세안은 최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외무장관회의에서 영유권 분쟁의 해결 방향을 제시한 `행동수칙안' 골격에 최종 합의하고 중국에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행동수칙은 2002년 11월 아세안과 중국이 합의한 당사국행동선언(DOC·남해각방선언)과 달리 상당한 법적 구속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아세안은 올 연말까지 중국과 행동수칙 제정 협상을 최종 타결, 아세안의 분쟁해결 능력을 과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린 피추완 아세안 사무총장은 "모든 당사자와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협상에 나설 것"이라며 중국과의 협상에 적극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중국은 아세안 회원국들의 신속한 행보와 달리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류웨이민(劉爲民)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행동수칙 제정의 취지는 남중국해 분쟁 해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관련국들의 상호 신뢰 촉진과 협력 강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동아시아 영토분쟁> ③동중국해도 갈등 고조
- 센카쿠 열도의 섬들 중 하나인 우오쓰리 섬(중국명 댜오위다오)
中日 `센카쿠 충돌'에다 韓中日 대륙붕 갈등까지
동중국해 영유권 갈등의 두 가지 큰 쟁점은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 영유권 문제와 대륙붕 경계 설정 문제다.
센카쿠 열도 영유권 갈등이 19세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문제라면
대륙붕 경계 설정 문제는 1994년 유엔 해양법 협약이 발효되고 나서 부각된 사안이다.
하지만 좁은 동중국해에서 관련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이라는 점은 마찬가지다.
◇ 센카쿠 갈등 = 센카쿠 열도는 오키나와와 대만 사이에 떠있는 5개의 무인도와 3개의 암초를 가리킨다. 총 면적은 6.3㎢이다. 대만 북쪽 끝인 지룽에서 북동쪽으로 170∼185㎞, 일본 남쪽 끝인 오키나와에서 남서쪽으로 410∼420㎞ 떨어져 있다.
영유권 갈등은 이 작은 섬들이 역사적으로 오키나와에 속했느냐, 아니면 대만 소유였느냐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
중국이나 대만은 "역사적으로 대만에 속하던 땅인데 청일전쟁 직후인 1895년 4월17일의 시모노세키 조약으로 일본에 뺏겼다"는 것이고, 일본은 "1895년 1월14일 오키나와현에 편입했고, 1972년 미국으로부터 오키나와와 함께 돌려받았으니 일본 땅이 확실하다"는 주장이다.
배경에는 미국이 1951년 일본과 강화조약(샌프란시스코조약)을 체결하면서 센카쿠 열도를 옛 식민지국에 돌려줄 땅으로 명시하지 않았다는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사실 중일 양국은 1978년 10월 평화우호조약을 체결하면서 이 문제를 봉인하기로 했다.
덩샤오핑(鄧小平) 당시 중국 부총리는 "다음 세대는 우리보다 훨씬 지혜로우니까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좋은 해결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도 개척자 자손의 사유지로 돼 있는 이 땅을 매년 임차하는 수준에 그쳤고, 일부 우익의 유인화 주장에는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지역에 묻힌 자원이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자 갈등은 차츰 거세졌다.
중국은 1992년 센카쿠 열도를 자국 영토에 편입하는 영해법을 발표한 데 이어 1995년 부근 해역에서 자원 탐사를 벌였다.
일본은 2002년 센카쿠 주변 해역에 석유 1천95억 배럴과 일본이 100년간 쓸 수 있는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다고 밝혔다.
일본에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양국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일본 내에서 중국의 태평양 진출에 대한 위협이 고조된데다 2010년 9월의 중일 선박 충돌 사건을 계기로 일본 자민당의 민주당 정권 비판이 거세지면서 갈등이 고조됐다.
급기야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 지사가 '센카쿠 매입' 운동을 벌이고, 일본 정부까지 '국유화' 방침을 언급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정이 이쯤 되자 중국은 물론이고, 그동안 일본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던 대만까지 센카쿠 주변에 해경 선박을 보내는 등 갈등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 한·중·일 대륙붕 경계 갈등 = 대륙붕은 영해(연안에서 12해리)나 배타적경제수역(EEZ·연안에서 200해리)과 달리 '연안에서 거리'가 아니라 '영토의 자연적인 연장'을 따지는 개념이다.
만약 육지 영토가 200해리 밖까지 이어져 있다면 그 위의 바다에 대해서는 배타적 권리를 주장할 수 없지만, 바다 밑에 묻혀 있는 천연자원은 독점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
동중국해 대륙붕 경계 갈등이 복잡해진 것은 바다의 폭이 400해리가 안 될 정도로 좁고, 해저는 한국이나 중국 연안에서 완만하게 이어지다가 오키나와 해구에서 갑자기 수심이 깊어지는 구조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EEZ와 대륙붕 경계가 달리 설정될 여지가 있는 셈이다. 더구나 대륙붕에는 엄청난 양의 천연가스와 석유가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한국의 입장은 '바다 위는 몰라도 바다 밑에는 한반도에서 자연적으로 이어진 대륙붕이 오키나와 해구까지 뻗어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2009년 5월 '제주도 남쪽 한일공동개발구역(JDZ·일명 '제7광구'·면적 8만4천㎢) 중 200해리 바깥쪽 수역 1만9천㎢이 한국 대륙붕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예비정보를 유엔 대륙붕한계위원회(CLCS)에 제출했다. 이는 '200해리를 초과해서 대륙붕 경계선을 설정하려는 국가는 대륙붕 경계정보를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는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른 것이었다. 올해는 정식 문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중국도 한국과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 중국 연안에서 대륙붕이 오키나와 해구까지 연결돼 있으니 일본의 권리는 없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 주장을 확대해 자국의 대륙붕이 이어도까지 이어져 있다며 한국과 갈등을 벌이고 있다.
반면 일본은 동중국해의 폭이 400해리가 되지 않는 만큼 대륙붕 한계 문제가 존재하지 않으며,
중간선(한·중·일 해안에서 같은 거리)을 대륙붕 경계로 삼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한국이 정식 문서를 제출할 경우 중국과 일본도 각자의 입장을 담은 정식 문서를 제출하고, 3국간 대륙붕 갈등이 표면화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CLCS가 대륙붕 갈등에 대해 결론을 내려주는 것은 아니다.
배타적 경제수역이든, 대륙붕이든 경계는 양국간 회담으로 결론을 내리게 돼 있다. 다만 CLCS의 심사 결과는 양국간 회담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샅바싸움' 차원의 의미가 있다.
주목되는 점은 입장이 비슷한 한국과 중국의 물밑 협력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한국이 대륙붕 경계에 대한 공식 문서를 유엔에 제출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온 직후 류웨이민(劉爲民)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동중국해) 분쟁을 당사국과 담판을 통해 타당한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며 한국과 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동아시아 영토분쟁> ④ `어부지리' 얻는 美(完)
필리핀·베트남 이용 `中 포위전략' 강화…미일관계도 진전
동아시아 해역의 영유권을 둘러싼 중국과 관련국들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미국은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
몸집이 커진 중국의 공세에 위협을 느낀 일본, 베트남, 필리핀 등 주변국들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에 다가서면서 미국의 `아시아 중시전략'이 탄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미국이 아시아에서 군사적 위상을 강화하고 있지만 중국의 위협이라는 새로운 현실을 직면한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 과거처럼 반미감정이 내세우거나 미국이 과도한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도 미국으로서는 유리한 상황이다.
◇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일본과 미국의 관계진전이다.
일본은 후텐마(普天間) 기지를 오키나와(沖繩) 밖으로 이전하는 문제를 놓고 미국과 심각한 갈등을 겪었으나 결국 오키나와 내의 헤노코(邊野古)로 옮기기로 합의했다.
일본은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尖閣>열도)를 둘러싸고 중국과의 갈등이 고조되자 후텐마 기지 이전을 둘러싼 미국과의 관계악화를 막기 위해 당초 오키나와 밖으로 이전하겠다는 방침을 깨고 헤노코 이전 안을 수용한 것이다.
미국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후텐마 기지에 대한 대규모 보수를 추진하고, 수직이착륙기를 후텐마에 배치키로 하는 등 후텐마를 계속 사용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하고 있으나 일본 정부는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내놓지 않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바탕으로 지난 6월말 처음으로 한국, 미국, 일본 3국 합동해군 훈련을 하기도 했다.
◇ 필리핀도 미국에 `구애' = 스카보러 섬(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에서 중국과 장기대치를 벌인 필리핀 역시 적극적으로 미국에 구애하고 있다.
필리핀은 스카보러 섬 사태 등으로 중국의 위협을 직접 느끼자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이 6월초 미국을 방문, 지원을 호소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상호방위조약 정신을 거듭 확인하며 필리핀 지원 의사를 밝히는 한편 남중국해 사태에 무력이나 압력을 동원하는 데 반대한다며 중국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미국은 또 필리핀의 해안감시센터 설립을 지원키로 했으며 필리핀과 합동 군사 훈련을 벌이기도 했다.
필리핀이 미국의 지원을 얻기 위해 제공한 가장 큰 선물은 옛 수비크만과 클라크 공군기지를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필리핀은 사전 승인을 전제로하긴 했지만 미군 병력과 함정, 전투기들이 수비크만과 클라크 공군기지를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아시아에서 미군의 활동공간을 크게 넓혀주는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반미감정 등을 의식, 수비크만이나 클라크에 당장 기지를 재건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유사시 남중국해에 인접한 필리핀 기지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중국 포위망을 더욱 촘촘하게 짤 수 있게 된다.
◇ 미, 베트남 관계개선 기회로 활용 = 미국은 베트남이 남중국해 갈등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진 틈을 활용, 베트남과의 관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10일 이틀간 일정으로 베트남을 방문했다. 클린턴 장관은 이날 팜빈밍 베트남 외무장관을 만나 남중국해 분쟁이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베트남은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南沙群島>·베트남명 쯔엉사군도)와 파라셀 제도(중국명 시사군도<西沙群島>·베트남명 호앙사군도)를 포함한 해역을 자국 영토로 포함하는 내용의 해양법을 통과시킨 데 맞서 중국이 남중국해를 관할하는 싼사(三沙)시를 설립하자 연일 반중국 시위를 벌이면서 중국을 비난하고 있다.
베트남과 중국의 관계악화는 미국으로서는 베트남을 자기편으로 끌어당길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미국은 이미 베트남에 남중국해 기상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지난 6월초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이 베트남을 방문, 국방협력 확대를 시도하기도 했다.
미국은 또 싱가포르에 최근 구축함을 증강 배치하고 인도와도 안보관계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동아시아 해역의 영유권 갈등은 기본적으로 중국과 일본, 베트남, 필리핀 등 주변국 간의 문제지만 아시아 진출 강화를 추진하는 미국도 동맹국과의 군사협력 유지, 해상 통행로 확보 등을 이유로 개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고 있다.
미국이 개입하면서 동아시아 해양 갈등은 G2(주요 2개국)간의 패권 다툼의 성격을 갖게 됐으며 이에 따라 단순한 군사적 경쟁이 아니라 집단안보 체제, 경제분야의 경쟁도 복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중국에 위협을 느낀 주변국들이 미국과의 공조를 강화하는 쪽으로 반응하면서 미국은 일단 유리한 상황을 맞게 됐다. 중국은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경제 및 민간 분야의 교류를 강화하는 등 강·온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런 전략이 현재의 구도를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